곤충의 눈으로 본 세상

사람의 입술이 뒤집힌 이유가 뭘까요?

podys 2008. 12. 11. 02:35

영장류에 속하는 다른 동물과 달리 사람만이 입술이 뒤집어진 건 왜그럴까요?

사람 말고 입술이 뒤집힌 다른 동물을 떠올려봐도 잘 생각이 나질 않습니다.

침팬지도, 사람과 가장 비슷하다는 보노보원숭이를 봐도 입술이 뒤집히진 않았습니다.

곤충 중에는 입술이라고 생긴 녀석이 아예 없어 보이고, 고양이도, 개도, 돼지도 입술이 뒤집어지지 않았습니다.

 

말을 하는 동물이기 때문일까요?

사람은 왜 입술이 뒤집어진 것이 살아남는 데 유리했을까요?

덕분에 립스틱 장사들 먹고 사는 방법이 하나 생기긴 했지만 참 알쏭달쏭한 문제입니다.

 

혹자는 이성에게 어필하기에 유리했기 때문이라는 이야기를 하기도 합니다.

사람 생김새 중에서 입술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는 하지요.

윤기 있고 선명한 빛깔의 입술이 건강을 상징하기도 하고요.

그래도 유독 사람만 입술이 뒤집힌 것을 설명하기엔 무언가 부족해 보입니다.

 

말을 하다 보니 저절로 입술이 뒤집힌 것일까요?

발음을 정확히 내기 위해서 말이지요.

이건 좀 설득력 있어 보입니다.

어쨌든 사람만이 입으로 말을 할 수 있는 존재이니까요.

 

정말 그럴까요?

 

며칠전 충청북도에 있는 동굴을 탐사하러 갔습니다.

혹시나 황금박쥐를 만날 수 있을까 하는 기대를 가지고 말이지요.

어릴적 보던 만화의 주인공 황금박쥐가 아니라 진짜 황금박쥐를 말이지요.

 

작년에는 천안 지방에서 황금박쥐가 발견되었노라고 뉴스에 크게 나오기도 했습니다.

워낙 귀한 몸이니 사람 눈에 띄면 그 자체로 화제가 될 수밖에 없지요.

 

칠흑같은 어둠을 뚫고 후레쉬 불빌을 비추며 미지의 세계로 들어갔습니다.

 

대부분의 동굴이 그렇듯 100%에 가까운 습도와 봄, 여름, 가을, 겨울 할것 없이 항상 일정하게 유지되는 온도 때문에 진땀을 흘려야 했습니다.

 

바닥은 진흑과 물이 범벅이 되어 질척거리고, 좁은 동굴 입구를 비집고 들어가느라 10미터가 넘는 거리를 오리걸음과 포복을 해야 했지요.

 

미지의 세계에 대한 동경이 없다면 이런 환경은 사람을 쉽게 지치게 만듭니다.

 

 

 

 

그러다 한 마리를 발견했습니다.

 

황금처럼 빛나지는 않지만 색깔이 참 고운 녀석이 여기 저기 뭉쳐 있는 관박쥐들과는 달리 혼자 떨어져 매달려 있더군요.

 

바로 이 녀석입니다.

 

 

 

 

이슬을 맞고  꼼짝도 하지 않은채 거꾸로 매달려 있네요.

 

황금박쥐의 입술은 뒤집어지지 않았군요.

 

코의 생김새도 비교적 평범하구요.

 

그런데 왜 입술 이야기를 꺼냈냐구요?

 

그날 사진 찍을 때는 몰랐는데, 그리고 그 전에 많은 사진을 찍기도 했는데 흔하디 흔한 관박쥐 모습을 자세히 살펴보고는 깜짝 놀랐기 때문입니다.

 

전에도 관박쥐 사진을 올린 적이 있었는데 이걸 알아채지 못했었지요.

 

바로 관박쥐의 입술이 뒤집어져 있더군요.

 

 

이렇게 말입니다.

 

 

이 녀석은 코도 특이하게 생겼지요?

 

사람이 말을 해야 하기 때문에 입술이 뒤집히는 쪽으로 진화했다는 가설은 취소입니다.

 

이 녀석은 말을 하지 않는데도 뒤집혀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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