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한 생태 이야기>13
자연을 관찰하다 보면 생태계의 균형이 어찌 이리도 치밀하게 유지되고 있는가 하고 감탄을 할 때가 많습니다.
어떻게 균형을 유지하고 있는지 그것을 밝히는 것이 자연관찰의 목적이기도 하고요.
만약 사자가 조금만 더 사냥을 잘 할 수 있었더라면 아마도 사자는 진작에 멸종의 길로 접어들었을 겁니다.
뛰어난 사냥 능력 덕에 먹이를 쉽게 고갈시킬테고 스스로도 굶어 죽었겠지요.
기가막힌 진화의 결과로 균형을 맞추고 있는 예는 많습니다.
그중에 사냥꾼의 진화 때문에 따라서 진화를 이룬 녀석들이 있는데 바로 나방이 그런 예이기도 합니다.
밤중에 활동하는 곤충들의 가장 무서운 천적은 박쥐랍니다.
사람의 피를 빨아먹고 산다는, 무서운 덤터기를 쓰고 있는 녀석들이기는 하지만 실제로 흡혈박쥐는 몇 종 되질 않습니다.
박쥐의 상당수가 곤충을 사냥해서 살아가지요.
박쥐가 한밤중에 활동하기 위해 초음파를 사용한다는 사실은 이미 많이 알려져 있습니다.
사냥감이나 장애물에 반사되어 돌아오는 초음파를 알아채 사냥을 하거나 아무 것도 안 보이는 상황에서 날쌔게도 장애물을 피해 날아다니지요.
이 기능은 매우 놀라운 것이어서 사냥감에 몰래 접근하기가 매우 쉽습니다.
사냥감이 알아채지 못한 상태라면 사냥 성공률이 매우 높습니다.
당연히 먹을거리가 많아진 박쥐들은 수가 점차 늘어나게 되고 사냥감이 고갈되겠지요.
그런데 밤중에 위태롭게 활동하는 나방을 보면 멸종되지 않고 그 수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 이상합니다.
나방도 멸종되고 먹이가 없어진 박쥐도 따라서 그 수가 매우 적게 줄었어야 하는데도 말이지요.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일까요?
한밤중에 활동하는 나방들은 그들만의 은밀한 의사소통 방법을 개발해 내었습니다.
낮에 활동하는 곤충들처럼 한밤중에 소란스럽게 날아다녔다면 박쥐에게 잡혀 먹혔을 많은 곤충들이 자신들만의 신호를 주고받으며 몰래 살아가고 있지요.
특히 나방은 페로몬이라는 물질을 이용해서 의사를 주고받습니다.
나방과 같은 곤충이 자손을 번식시키기 위해서는 암컷의 수가 수컷의 빈도에 비해 더 중요한 역할을 하지요.
암컷 한마리가 죽으면 자손을 남기는 데 많은 손해를 보지만 수컷은 그 역할이 덜하거든요.
암컷 여러 마리에 수컷은 한 마리만 있어도 자손을 남기고 수를 유지하는 데 충분하거든요.
그러니 위험을 수컷이 걸머지는 것이 생존에 유리했을 겁니다.
나방 암컷들은 한반중이 되어도 그리 부산하게 날아다니질 않습니다.
부산하게 이리저리 날아다니며 위험을 감수하는 역할은 수컷의 몫이지요.
암컷은 한자리에 앉아 수컷을 불러들일 페로몬을 내뿜고 수컷을 기다리는 게 유리했을 것입니다.
박쥐에게 수컷이 좀 잡혀먹히더라도 그방법이 최선이었을 것입니다.
또한가지 특이한 진화를 한 녀석이 있는데 어떤 나방은 박쥐의 초음파를 알아차리도록 진화했다고 하네요.
박쥐가 날아다니며 쏘아대는 초음파를 알아차리고는 얼른 숨어버리면 안전했을 테니까요.
문제는 비행하는 속도입니다.
나방에 비해 박쥐는 훨씬 빠른 속도로 날아다닙니다.
박쥐의 신호를 나방이 알아차렸다 하더라도 몸을 숨기기 전에 박쥐가 날아와버리면 아무 소용이 없겠죠.
그런데 다행스럽게도 박쥐는 5미터 정도의 거리에 접근해야만 먹잇감의 존재를 알아차릴 수 있다고 하네요.
나방은 15미터 밖에서 박쥐의 초음파를 들을 수 있도록 진화를 했고요.
그래서 이들 둘은 적당한 균형을 유지할 수 있었을 겁니다.
이걸 알아낸 과학자들도 대단하지만 생태계의 균형이 신기하기만 합니다.
한밤중에 신호를 주고 받는 다른 곤충을 예로 들자면 메뚜기목에 속하는 곤충을 들 수 있습니다.
소리를 내는 녀석들이지요.
'포로롱~ 포로롱~', '리리릿 리리릿' 한여름이 되면 많은 풀벌레 소리로 숲은 요란하기만 합니다.
모두 수컷들이 내는 소리랍니다.
수컷들이 자신의 짝을 찾기 위해 아름다운 소리를 내면서 암컷을 기다립니다.
그런데 이것은 매우 위험한 일입니다.
천적에게 자신의 위치를 알리고 있으니까요.
아마 암컷이 소리를 내는 종이 있다면 그 종은 이미 멸종했을 것입니다.
위험부담을 수컷이 져야 한다는 일종의 법칙을 어겼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