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모벌의 자식농사
바닷가 모래사장에서 다섯 시간 씨름한 끝에 얻은 결과라서 기분이 흐믓합니다.
사실 더워서 죽는 줄 알았습니다. 가지고 간 물도 떨어져서 물도 못먹고 엎어져 있었더니 나중엔 뵈는 게 없더군요.
초소 지키는 군인들이 간첩인줄 알았는지 의심의 눈초리로 쏘아보더군요.
자 사진 나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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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미줄 치고 먹이 기다리는 긴호랑거미에게 다짜고짜 들이받아서 떨어뜨린 다음 마취침을 찌르는 녀석입니다.
풀잎 위에 올려놓으려고 잠시 쉬는 틈에 찍었습니다.
사진이 좀 이상하죠?
자작한 렌즈로 찍었기 때문에 사진이 일반 광각렌즈의 결과물과는 좀 다릅니다.
광각 접사를 하기 위해 특별히 고안해 만든 렌즈랍니다.
앞다리를 물고 풀잎 위에 올라갑니다.
이 사진도 자작렌즈로 촬영한 컷입니다.
이녀석은 작은 굴 속에 잡아온 거미를 넣고는 그 옆에 알을 낳아두어 애벌레가 파먹도록 하는 놈입니다.
이 사진도 역시 자작렌즈입니다.
피사체 1:1접사가 가능하면서 배경까지 모두 담아낼 수 있는 렌즈이지요.
이 모습은 구멍으로 끌고 들어가기 전 모습이랍니다.
모래에 새끼손가락이 들어갈 정도로 구멍을 파 놓은 다음 거미를 사냥해와서 구멍에 넣고는 거미의 배에 알을 붙여 낳습니다.
며칠이 지나면 알에서 애벌레가 깨어나와 거미를 뜯어먹고 삽니다.
마취침 덕에 꽤나 오랫동안 거미가 살아 있기 때문에 애벌레가 싱싱한 먹이를 먹을 수 있지요.
참 오묘한 녀석입니다.
벌 중에는 이렇게 사냥을 해서 먹고 사는 녀석들이 제법 많다고 하네요.
구멍 속에 사냥해온 거미를 넣고는 조심스럽게 모래로 다시 묻습니다.
한꺼번에 모래를 확 쓸어 넣으리라 기대하고 있었는데 아주 조금씩 굴을 묻더군요.
정말 기가 막히는 건 아래 모습입니다.
한꺼번에 모래를 쓸어 넣으면 굴 속에 빈 공간이 생길 수 있으므로 모래를 조금 쓸어 넣은 다음 절구질을 하듯이 온 �을 떨면서 모래를 다지네요.
사람이 죽어 시신을 땅에 묻을 때 상두군들이 달구지 소리를 하면서 무덤을 밟습니다.
요즈음은 이런 모습을 보기 힘들어졌지만요.
꼭 그 모습을 연상케 합니다.
일이 다 끝난 다음 애벌레가 자라는 모습을 지켜보기 위해 모래를 파보았습니다.
거미의 오른쪽 배 옆구리에 길죽한 알이 달려 있습니다.
이토록 작은 벌레가 이런 모성애를 발휘한다는 게 매번 곤충을 관찰하면서도 믿기지 않을 정도입니다.
이녀석을 보고 나니 바닷가 모래밭도 함부로 밟아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드네요.